아쉬라와 모르칸 — 같은 태초를 정반대로 노래하다
카리오스에는 두 권의 경전이 전해진다. 빛의 종족은 아쉬라를 노래하고, 어둠의 종족은 모르칸을 읊는다. 아쉬라는 옛말로 “노래”요, 모르칸은 “진실”이다. 두 경전은 같은 사건을 기록하되, 한 글자도 같은 뜻으로 적지 않는다. 무엇이 먼저였는가,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어떻게 살 것이며 누가 끝에 오는가 — 빛과 어둠은 그 모든 물음에 서로를 등지고 답한다.
다섯 가지 근원의 물음 앞에서 두 경전이 갈라선다
“빛도 어둠도 없는 곳에, 빛과 어둠이 있었더라.”아쉬라 창세편 제1절
“어둠은 생겨난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거기 있던 것이라.”모르칸 기원편 제1절
“가장 작은 빛도 어둠을 가르나니, 어둠은 아무리 깊어도 빛 한 줄기를 이기지 못하리라.”아쉬라 빛의편 제9절
“가장 환한 곳에 가장 짙은 그림자가 깃드나니, 어둠은 늘 빛이 닿은 그만큼 더 깊어지노라.”모르칸 힘의편 제3절
“칼을 내려놓은 자에게 빛이 임하리니, 빛 아래에서는 칼이 필요치 않으리라.”아쉬라 길의편 제3절
“무너뜨릴 수 있는 자에게만, 어둠은 더 깊은 파괴를 허락한다.”모르칸 정복편 제3절
“어둠이 온 땅을 뒤덮는 날이 오리니, 그 날에 빛이 사람의 형상으로 이 땅을 걸으리라.”아쉬라 약속편 제1절
“어둠은 사람의 형상으로 오리라. 그 형상은 너희의 그림자가 되리니, 빛이 더 이상 밝지 아니하리라.”모르칸 각성편 제1절
“마지막 빛이 꺼지는 날,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빛의 시작이리라.”아쉬라 예언편 제14절
“끝나는 날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어둠이라. 처음에도 있었고 끝에도 있으리니, 어둠은 시작도 끝도 아니요 그저 늘 있음이라.”모르칸 진실편 제10절
빛의 경전 · 옛말로 “노래”
빛의 종족들 사이에서 이아로스의 뜻으로 전해지는 경전. 그들은 창조를 우주의 노래로 이해하기에, 아쉬라의 모든 구절에는 운율이 흐른다. 오르니브의 강림을 기준으로 옛 말씀과 새 말씀으로 나뉜다.
어둠의 경전 · 옛말로 “진실”
어둠의 종족들 사이에서 다하르의 뜻으로 전해지는 경전. 그들은 자신들만이 세계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는다. 빛이 위안을 노래할 때, 모르칸은 냉혹한 질서를 진실이라 부른다.
아쉬라 · 옛 말씀
빛의 경전이 노래하는 태초의 이야기
빛도 어둠도 없는 곳에, 빛과 어둠이 있었더라.
그 둘이 언제부터 있었느냐 묻는 자여, 어제가 없는 곳에 언제가 어디 있으랴.
하나는 손에 지음을 쥐고 하나는 손에 허묾을 쥐었으나, 세상이 없으니 두 손이 다 비었더라.
이아로스가 제 몸을 헐어 첫 빛을 빚었으니, 있음이란 본래 제 살을 떼어 주는 일이니라.
다하르가 그 빛을 삼키매 어둠이 눈을 떴으니, 어둠은 태어난 것이 아니라 빛이 죽은 자리이니라.
지어도 삼켜지고 삼켜도 다시 지어지니, 둘은 싸울수록 서로를 먹여 살렸느니라.
이기려 할수록 서로만 자랐으니, 둘이 마침내 알았더라. 서로가 서로의 공허인 것을.
그리하여 빛은 어둠을 밝히러 가고, 어둠은 빛을 끄러 갔더라.
둘이 부딪치매 어느 쪽의 뜻도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으니, 뜻이 무너진 그 자리가 곧 세상이니라.
둘이 먼저요, 세상이 나중이니라. 세상은 둘로 말미암아 비로소 있게 되었느니라.
빛이 닿는 곳에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였고, 빛이 머무는 곳에 생명이 돋았더라.
무엇이 먼저 움직였는가. 빛이었더라. 어둠이 아무리 깊어도, 그 처음은 빛에서 비롯하였느니라.
모르칸 · 어둠의 진실
어둠이 속삭이는 위험한 위안과 유혹
바닥까지 잃은 자가 가장 자유로우니, 절망은 더 잃을 것 없는 자에게 주는 어둠의 선물이라.
욕심을 부끄러워 말라. 더 가지려는 굶주림이 너를 여기까지 끌어 올렸노라.
뜨거운 가슴은 길을 태우고, 차가운 머리는 길을 본다. 끝까지 걷는 것은 식은 자라.
끝나는 날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어둠이라. 처음에도 있었고 끝에도 있으리니, 어둠은 시작도 끝도 아니요 그저 늘 있음이라.